삼성전자가 2분기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세계 최고 제조 기업으로 올라선 데 대해 국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조업체로서 차원이 다른 수익을 냈다"고 평가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정치 스캔들과 제품 안정성 논란을 겪고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기업 실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세계 최고 제조업체가 된 삼성전자 파이팅'이라는 제목의 격려 논평을 냈다.


하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세계 최고 기업 등극을 자축(自祝)하기보다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 관계자는 9일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있고 그룹을 이끌던 미래전략실의 경영진이 모두 물러난 마당에 실적 좋다고 마냥 웃을 상황은 아니다"며 "앞으로 회사가 오너 리더십 부재라는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불안감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외 호평 이어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삼성이 TV와 반도체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을 궁지에 몬 것은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설비투자 외에도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이 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반도체의 무게중심을 PC용에서 모바일과 서버(대형컴퓨터)용으로 옮긴 데 이어 반도체 저장 공간(cell)을 수직으로 쌓는 3D(3차원) 제조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렸다는 진단이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에서도 중소형에 집중하며 세계시장의 95%를 장악했다. WSJ는 6일(현지 시각) "수년간에 걸쳐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공격적인 투자가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제조업체로 등극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부품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라이벌인 애플마저도 곡면 OLED 패널을 삼성전자에서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권과 평소 삼성에 비판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자랑스럽다' '역사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진우 부대변인은 8일 "삼성전자가 인텔·폴크스바겐·도요타 등을 앞지르고 세계 최고 제조업체로 등극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비록 기업 총수가 구속되어 있지만(중략) 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논평을 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좋아도 좋은 티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사상 최대 실적을 알리는 보도 자료 내용도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알리는 두 문장뿐이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등 회사를 둘러싼 상황이 편치 않은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오너 일가가 경영을 하는 상황이라면 투자자들은 삼성이 반석 위에 있다고 인정했을 것"이라며 "오너 장기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일에는 경기도 평택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라인이 가동을 시작했지만, 준공식 없이 임직원 10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제품 출하 행사만 했다. 2015년 착공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등 내·외빈이 참석해 떠들썩하게 기공식을 가진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승진이나 성과급 잔치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현 삼성전자 경영진이 승진 인사를 거론하기조차 민망스러울 것"이라며 "작년 하반기에도 실적은 괜찮았지만 승진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축하 논평에 '비록 기업 총수가 구속되어 있지만' 등의 표현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장기 부재를 각오하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면서 "삼성으로서는 마냥 좋아할 내용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